
짤방은 포스팅과 상관없습니다
나는 남자지만 이 글을 읽다 보니 내 신발 생각이 퍼뜩 난다.
난 운동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모양새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색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서 요즘 나오는 온갖 비투더아투더뱅뱅한 색상도 관심없다. 그렇다고 갈색이나 검정색같은 내가 사랑하는 색으로 만든 운동화는 그 생김이 스티치박힌 칼라를 가진 셔츠처럼 매우 병신같아서 운동화를 별로 신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것은 수구꼴통보수적인 색깔의 뉴발란스 576이다. 예외적으로 뉴발란스는 아주 좋아한다.)
구두를 좋아하지만 내 사정이 허락하는 가격대의 구두들은 아주 질나쁘고 병맛나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주로 닥터마틴이나 군화 같은 투박한 워커나 부츠를 신는다. 여름에 힘들어서 그렇지 부츠는 전천후로 아주 유용한 신발이다.
개중에 가장 아끼는 것이 있다면 몇 년 전에 이대 거리 한복판에서 만오천원에 구입한 것이다. 미군 군화로 보이는 빈티지 워커인데, 한참 군화를 찾아다닐때 주르르 널린 것들 중 가장 비범한 디자인을 가졌기에 낼름 골랐다.
검은색 레자 비슷한 거칠고 더러운 가죽 (요즘은 더 더럽습니다.) 으로 만들어진 짧은 목을 가진 이놈은, 좋아하는 매끈한 동그란 구둣코를 가졌고 목 부분의 발목을 감싸주는 부위의 디자인이 하이패션 하이탑의 뺨따구를 후려갈길만큼 세련되었다. (내 취향이 이렇다.) 투박하지만 담백하고 또한 비범하다. 정확한 정체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이걸 신고 어떤 구제 군복 상점에 들어갔을때는 점원 두명이 이것이 과연 진짜 군화인지 미 해군 캐주얼 작업화인지 혹은 말그대로 싸제신발(...)인지 한참을 얘기하곤 해서 관심받는 어둠에다크에 소년처럼 괜히 즐거웠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것의 가장 큰 단점은 엄청나게 무겁다는 것이다. 무겁다고 소문난 마틴 박사의 신발마저도 이것에 비하면 가벼울 정도이다. 마틴을 신고 있다가 처음 이 워커를 신었을 때 나의 기분은 흡사 수련을 앞 둔 손오공이 된 것과도 같았다. 앞코 안쪽에 박힌 철판 때문인지 했지만 나중에 레드윙의 엔지니어부츠를 신어보았을때보다 훨씬 무거워서 이녀석은 사실 레자의 탈을 뒤집어쓴 철신발인가 생각될 정도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신발들을 버려두고 이녀석을 일주일에 다섯번 신고 있지만, 때문에 들린 골병이 꽤나 많은 것 같다. 그 전까진 쌩쌩하던 허리도 꽤 아프고, 발도 부었다. 게다가 묘하게 들어있는 강철판이 새끼발가락을 때려서 발을 헛디뎠을때 발톱이 한번 빠지기도 했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무거운 신발이 활동량을 늘려주어 칼로리를 더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라는 개소리를 주워들었기 때문일지 신발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내 몸이 더 강해지는 기분이에요"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게 알고보니 내발과내생명인허리를 십chang으로 만드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놈을 아직도 즐겨 신는다. 건강문제따위는 제쳐두고 나는 이 워커의 아찔한 굽(이래봤자 3cm지만 큰 효과!)와 내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바지와 전천후로 어울리는 사교성을 들어 아직도 부담없이 신는 편이다. 무엇이든지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물건에는 애착이 생기기마련 아닌가. 나는 여전히 내 신발을 애증한다.



